SUBARU(스바루)는 신형 SUV 전기차 ‘트레일시커’를 4월 9일 공식 공개하고, 같은 날부터 주문 접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SUBARU에는 이미 같은 SUV 타입의 ‘솔테라’가 있다. 그렇다면 두 차는 무엇이 다를까. 트레일시커는 먼저 미국 시장에 투입됐고, 이제 일본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 SUBARU는 왜 이 모델을 일본 시장에까지 들여오는 걸까.
개발 책임자를 직접 만나 속내를 들었다.
◆ ‘솔테라’와의 분리를 통해 드러난 두 가지 뚜렷한 개성
트레일시커 개발을 총괄한 SUBARU 상품사업본부 프로덕트 제네럴 매니저 이노우에 마사히코는, 이 모델을 기획하면서 ‘스바루다움’을 어떻게 구현할지, 그리고 베이스 차인 ‘솔테라’와 어떻게 성격을 갈라놓을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트레일시커를 러기드(투박하고 강인한 분위기)한 방향으로 가져간 대신, 고객의 니즈에 맞춰 솔테라는 보다 도회적인 성격으로 포지셔닝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트레일시커를 새로 투입함으로써, 두 모델이 서로 다른 캐릭터를 선명하게 드러내도록 설계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적재 공간 확대, 디자인 변경, 그리고 리어 모터 출력을 끌어올리는 세 가지 축으로 솔테라와 차별화를 꾀했다. 적재 공간을 넓히려면 리어 오버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SUBARU 내부에서는 “애초에 160mm 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120mm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소 140mm는 필요하다고 봤습니다”라는 판단이 섰다.
140mm 이상을 고집한 이유는 분명했다. 리모와 캐리어 4개를 실을 수 있어야 하고, 그 가운데 2개와 유모차를 함께 넣을 수 있어야 하며, 대형 도그 케이지도 싣는 상황까지 상정했다. 실제 사용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싣는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모두 따져본 뒤 나온 숫자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는 솔테라 대비 리어 오버행을 155mm 늘리기로 결정됐다.
◆ 트레일시커가 구현한 ‘스바루다움’
그렇다면 트레일시커가 보여주는 ‘스바루다움’은 무엇일까. SUBARU가 말하는 주행의 핵심은 ‘트레이서빌리티’와 ‘예견성’이다. 코너에서 이상적인 라인 위로 타이어를 올려놓은 뒤, 스티어링을 일정 각도로 유지한 채 별도의 수정 조향 없이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는 능력. 이노우에 매니저는 이렇게 설명한다.
“SUBARU는 드라이버를 신뢰합니다. 운전자가 조향각을 정확히 맞추면, 차는 그 각도 그대로 움직여 줍니다. 그리고 만약 한계를 넘을 상황에 이르면 ‘지금 한계를 넘으려 한다’라는 정보를 미리 전달합니다. 그게 바로 예견성이죠.”
트레일시커는 토요타 ‘bZ4X 투어링’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로, 생산은 SUBARU가 맡는다. 개발 과정에서 토요타 임원들도 테스트카 시승에 참여했는데, 그 자리에서 “무미건조한 전기차가 아니라, 제대로 된 ‘차 메이커’가 만든 BEV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bZ4X 투어링과의 차이도 분명하다. “같은 코너링 상황에서 (토요타차는) 약간의 수정 조향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충분한 정보가 운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경쾌한 손맛과 운전의 즐거움으로 이어집니다.” 같은 전기 SUV이지만, 서로 다른 주행 캐릭터를 부여했다는 설명이다.
◆ ‘E 아웃백’으로 나올 수도 있었던 트레일시커
SUBARU가 트레일시커를 일본에 도입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웃백’ 후속 역할을 맡기는 카드였기 때문이다. 이노우에 매니저는 “개인적으로는 ‘E 아웃백’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을 생각이었습니다”라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E 아웃백’이라는 이름은 최종적으로 유럽에서만 쓰이게 됐다.
그는 “지금 아웃백을 타는 고객이 차량 교체를 위해 딜러를 찾았을 때, ‘아웃백은 전면 전동화를 거쳐 E 아웃백으로 바뀌었습니다’라고 설명하면, 아웃백의 이미지 그대로 전동화 모델로 이어졌다고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주행 성능에 대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는다. “실제로 시승해 보시면 거의 모든 측면에서 아웃백을 능가합니다. 거기에 전동화가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을 함께 설명하면, 구매를 결정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실제로 타본 고객이 주행 면에서 불만을 느낄 일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결국 차명은 미국과 동일하게 ‘트레일시커’로 통일됐고, ‘E 아웃백’이라는 이름은 유럽 전용으로 남았다. SUBARU 홍보팀은 이름을 정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웃백 브랜드가 SUBARU에게 중요한 자산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국내 시장에서는 BEV라는 새로운 영역에 새로운 이름으로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SUBARU만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기 위해 ‘트레일시커’라는 차명을 선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