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세대 쉐보레 콜벳이 사상 처음으로 미드십 구조를 채택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코르벳은 같은 이름을 이어온 스포츠카 중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모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C8이 등장한 지도 어느덧 6년이 지났다. 한때 콜벳은 직선 주행에 강한 차라는 이미지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콜벳은 올해 르망 24시 레이스에서도 LMGT3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게다가 콜벳의 르망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통산 9번째다. 이제는 이 부문에서 완전히 ‘단골 우승팀’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라운 점은 올해 르망에서 이 클래스에 무려 9개 제조사가 몰려들어,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인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쉐보레를 제외한 브랜드만 꼽아도 페라리, 포르쉐, 맥라렌, 애스턴마틴, BMW, 렉서스, 포드, 메르세데스-AMG가 이름을 올렸다. 이런 경쟁자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만으로도 콜벳의 잠재력과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다.
◆ 노멀 콜벳과는 다른 엔진

이런 콜벳 가운데 가장 강력한 사양인 Z06이 2026년형을 맞아 새로워졌다. Z06이라는 이름을 단 모델은 기존 콜벳과 지향점부터 다르다. 외형은 기본적으로 비슷하지만, 보닛 아래 들어간 심장은 완전히 다른 수준이다.
노멀 모델은 LT2로 불리는 6.2리터 V8 OHV 엔진을 쓴다. 21세기에도 흔치 않은 OHV를 고집하는 셈이다. 반면 Z06에는 5.5리터 V8 엔진이 탑재된다. 배기량은 작지만 DOHC 방식이며, 크랭크샤프트는 고회전에 유리한 플랫플레인 타입을 사용한다.
미국산 V8이라고 하면, 불균일한 폭발 간격에서 나오는 묵직하고 꾸르륵거리는 배기음이 상징처럼 따라붙는다. 그런데 Z06은 그런 이미지와 정반대로, 고회전에서 날카롭고 금속성 짙은 고음을 쏟아낸다.
윤활 시스템도 드라이섬프 방식을 사용해, 본격적인 레이스카에 걸맞은 구성을 갖췄다. 무엇보다 이 엔진은 올해 르망에서 우승한 레이스 사양 C8.R에 탑재된 파워트레인과 기본 구조를 공유한다.
레이싱 머신과 심장을 나눈 Z06의 성능은 역시 노멀 모델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고출력은 646ps로, 502ps에 그치는 기본형을 멀찌감치 앞질렀다. 그럼에도 이처럼 비현실적인 파워를 갖추고도, 막상 일상 주행을 해보면 차는 놀라울 만큼 얌전하고 편안하다. 그런 괴리감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다.
◆ Z 모드를 누르는 순간 달라지는 주행

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나 강하게 가속해도 출력이 매우 정교하게 제어된다. 풀스로틀을 해도 불안해지는 느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잘 정돈된 가속감 탓에 순간적으로는 생각보다 얌전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런 감각은 ‘세련됨’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물론 이런 인상은 어디까지나 노멀 모드로 달렸을 때의 이야기다. 스티어링 휠에는 Z 로고를 새긴 스위치가 마련돼 있는데, 이를 누르면 일반적인 ‘스포츠 모드’ 대신 이 차만의 Z 모드가 활성화된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차는 마치 또 다른 인격을 드러내듯 본성을 드러낸다. 변속기는 한층 낮은 기어에 머무르며, 플랫 플레인 특유의 날카롭고 고회전 위주의 엔진 사운드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아쉽게도 Z 모드에서 풀스로틀을 직접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기어가 고단으로 올라가지 않고 묶여 있는 상태에서 쏟아질 가속이 보통 수준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참고로 변속기는 8단 DCT다. 자동 모드를 선택하면 편안하고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진짜 ‘운전의 재미’를 찾는다면, 누구라도 주저 없이 수동 모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AT 모드로만 타기엔 아까운 차다.
◆ 크게 달라진 인테리어

C8 Z06은 사실 2024년부터 이미 판매 중이었다. 서두에서 ‘새로워졌다’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보다 인테리어 변화 폭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완전히 새로 설계된 3스크린 인포테인먼트 레이아웃이다.
구성은 12.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14인치 디지털 드라이버 인포메이션 센터, 그리고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배치한 6.6인치 터치스크린 등 세 개의 화면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더해 예전에는 대시보드에서 내려오는 슬로프 부분, 즉 운전석과 조수석을 나누는 영역에 길게 배치했던 에어컨 조작계가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전 레이아웃은 시인성이 떨어지고 조작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번 설계 변경으로 인체공학적 완성도는 크게 향상됐다.
◆ 세련미의 정점에 오른 완성도

앞서 언급했듯 주행 감각도 매우 쾌적하다. 서스펜션에는 GM이 1990년대부터 개발에 공을 들여온 독자 기술, 마그네틱 셀렉티브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됐다.
전자석과 쇼크 업소버 내부의 자성 유체를 조합한 액티브 댐핑 시스템으로, 반응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덕분에 노면 상황에 따라 항상 최적의 댐핑을 제공한다. 일상 주행에서는 안락함을, 스로틀을 깊게 밟는 순간에는 높은 운동 성능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한 대의 차 안에서 GT카의 여유와 서킷 머신의 민첩함을 모두 끌어낸 셈이다.
가격 또한 차원이 다르다. 시승에 사용한 컨버터블 모델의 가격은 약 2억 8천만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자동차로서의 완성도는 탄성이 나올 만큼 높으며, 세련미의 극치라는 표현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