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년 동안 매년 볼보 EX30을 시승하고 있다. 데뷔 이후 매년 새로운 모델이 등장한 것도 이유지만, 더 큰 이유는 이 차가 컴팩트 전기차 시장에서 하나의 기준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EX30은 패키징, 주행 성능, 내외장 완성도, 디자인에서 개인적으로 높은 평가를 줘온 모델이다. 전기차를 선호하지 않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았던 차이기도 하다.
◆ 더 바랄 것 없는 수준의 퍼포먼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이 붙은 버전이다. 볼보는 예전부터 차고를 약간 높이고, 오프로드 주행에 어울리는 지상고를 확보한 크로스컨트리 시리즈를 꾸준히 내놨다.
그동안은 왜건을 기반으로 한 모델에 붙던 이름이었지만, 이번에는 컴팩트 SUV에 이 배지를 달아준 셈이다.
전고는 1565mm, 지상고는 195mm까지 높아져 험로 주파 능력은 분명히 좋아졌다.
구동계는 전자식 사륜구동이고, ‘울트라 트윈’이라는 이름의 듀얼 모터 시스템을 얹어 힘도 넉넉하다. 엔트리 모델에 들어가는 리튬 배터리와 달리 이 버전은 NMC 배터리를 사용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1회 충전 주행거리도 더 길다.
좋은 점만 놓고 보면 칭찬이 넘쳐나지만, 값도 그만큼 한다. 시승차 기준 가격은 약 6,500만 원)으로, 차량 본체 가격만 따져도 이 라인업에서 가장 비싼 트림이다.

주행 감각을 뜯어보면, 차고가 높아진 만큼 무게중심도 올라간다. 속도를 올리면 롤이 커지는 건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상적인 도심 속 주행 범위에서라면, 기존 모델과의 차이를 찾아내기 힘들다.
이번에는 이 차가 진짜 얼굴을 드러낼 오프로드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제대로 달려 보지 못했다. 그래서 평가는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운동 성능에 한정되지만, 그 범위 안에서 EX30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듀얼 모터의 응답성과 핸들링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쓴 적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예리하면서도 정확한 몸놀림을 보여 준다. 일상에서 이 이상의 운동 성능이 꼭 필요할까 싶을 정도다.
■ 의외로 뛰어난 오디오 품질

이번에는 EX30에 이어 볼보의 상위 모델도 연달아 시승했다. 상위 모델에는 바워스앤윌킨스 고급 오디오가 탑재돼 있었다.
반면 EX30에는 기본 사양인 하만카돈 오디오가 들어간다. 그런데도 음질은 상당히 좋았다. 대시보드 전체를 활용한 사운드바 구조 덕분인지, 소리가 매우 맑고 섬세하게 들렸다.
EX30은 도어에 스피커가 없다. 그래서 어디에서 소리가 나오는지 쉽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기계 소음이 적은 전기차 특성과 맞물려 오디오와의 궁합은 매우 좋았다.
이렇듯 여러 요소를 합쳐 보면, EX30은 군데군데 흠을 찾기 어려운 전기차다. 그렇다고 완전히 매끄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하게 날을 세운 면도 분명히 있다. 예전부터 이 차의 단점으로 지적해 온 부분, 그러니까 센터 디스플레이 한 화면에 거의 모든 정보를 몰아 넣은 표시·조작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이 불만이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여겼다. 나이가 들수록 글씨 읽기가 힘들어지고, 터치 디스플레이 조작이 그리 편하지 않게 느껴지는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나둘 모아 보니, 이건 단지 내 취향이나 연령대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듯하다.
◆ 안전성 평가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난 이유

미국 소비자 매체 컨슈머 리포트가 발표하는 안전성 평가 ‘세이프티 버딕트(Safety Verdict)’에서, 볼보는 오랫동안 단골처럼 최상위권을 지켜 온 브랜드다.
그런데 올해 평가에서는 순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 평가는 개별 차종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볼보의 점수를 끌어내린 차 가운데 하나가 바로 EX30이었다.
그동안 ‘안전한 차’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건 차체 자체의 충돌 안전성이었다.
사고가 났을 때 탑승자를 얼마나 잘 지켜 내는지가 핵심이었고, 그런 차들이 줄곧 안전성 평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그 평가 잣대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컨슈머 리포트 자동차 안전 부문 부디렉터인 에밀리 A. 토머스 박사는 “안전성은 단순히 충돌 시험 점수만으로 말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안전한 차란 예측 가능한 핸들링과 제동 성능을 갖추고, 운전자의 조작을 방해하지 않는 인터페이스를 지니며, 충돌을 미연에 막아 주는 능동 안전 기술을 탑재하고, 만약의 사고 시에는 탑승자를 최대한 보호하도록 설계된 차량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정의 속에서 왜 볼보는 예전만큼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을까.

컨슈머 리포트의 설명은 명료하다. 다수의 최신 볼보 모델이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Best)’ 등급을 받지 못한 이유는, 조작계가 지나치게 복잡해 실제 운전을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 결과 사용 편의성 항목에서 CR 최저 점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EX30처럼 각종 기능을 단일 디스플레이에 과도하게 집약한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안전 운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컨슈머 리포트의 결론이다.
이 차는 사용자 친화성, 즉 ‘얼마나 쓰기 편한가’라는 항목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이 시스템이 불편하다고 느낀 사람이 개인만의 의견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묘한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