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탄생한 완벽한 e바이크, ‘크로스코어 RV’의 매력

이마 유우히 | 2026.03.14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의 개척자라 불리는 야마하 발동기가 그 기술을 집대성한 모델을 내놓았다. 모델명은 CROSSCORE RV(크로스코어 RV). 기존 크로스바이크 타입 e바이크 CROSSCORE RC(크로스코어 RC)가 도심에서의 쾌적함을 극대화한 모델이라면, 이번 RV는 자동차 세계에서 말하는 SUV에 가까운 다재다능함을 전면에 내세운 모델이다.

◆도심 주행만으로는 아까운 성능, RV가 겨냥한 SUV급 만능성

야마하는 2015년, 첫 e바이크 YPJ-R을 세상에 선보인 뒤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그 사이 본격 e-MTB MT-Pro와 그래블 로드 WABASH RT(와바시 RT) 등, 전동 어시스트의 힘으로 ‘놀 거리’를 넓혀온 수많은 명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번 크로스코어 RV 개발의 출발점에는, 책상 위 기획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MTB를 샀지만, 알고 보니 가장 많이 타는 건 도심이다.” “출퇴근을 그냥 이동이 아니라 하나의 액티비티로 만들고 싶다.” “그래도 가끔은 캠핑이나 임도 라이딩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서로 다른 이런 욕망을 한 번에 받아줄 수 있는 해답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자전거다.

컨셉은 ‘365 Days 1 Bike’. YPJ-XC가 보여준 터프한 주행 성능과, 도심 라이딩에 최적화된 크로스코어 RC의 다루기 쉬운 캐릭터를 높은 수준에서 융합해, 말 그대로 1년 365일을 1대로 즐길 수 있는 ‘e바이크계의 SUV’를 표방한다.

◆PWseries S2가 선사하는 ‘자연스러운’ 가속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드라이브 유닛이다. 이미 RC 등에 탑재돼 호평을 받은 소형·경량이면서도 파워풀한 PWseries S2를 그대로 얹었다.

이 유닛의 진가는 단순히 힘이 센 데 있지 않다. 페달을 밟기 시작하는 ‘첫 한 번’의 반응이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신호 대기 후 출발하면서 페달에 힘을 실어 넣는 순간, 누군가 등이 살짝, 그러나 든든하게 떠밀어주는 듯한 감각. 야마하가 오랜 세월 다듬어온 센서 시스템과 신세대 유닛 제어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결과다.

전작에서 이어진 자동 어시스트 모드는 새 유닛을 통해 더욱 세련됐다. 평지 크루징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오르막까지, 라이더는 기어 조작에만 집중하면 된다. 어시스트 모드를 이리저리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되면서, 눈앞의 풍경과 자신의 라이딩 감각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오버스펙’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의 본격 파츠 구성

스펙 시트를 들여다보면,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보게 되는 대목이 있다. 크로스코어 RV에 얹은 컴포넌트 구성이 기대 이상으로 호화롭다는 점이다.

리어 디레일러에 시마노 12단 시스템을 채택한 것도 인상적이다. 특히 로우 측(가벼운 기어)에 51T(톱니 수 51개의 스프로킷)를 사용했다. 원래라면 급경사 등판을 전제로 한 본격 MTB에 달리는 스펙이지만, 야마하는 이를 크로스바이크 베이스인 RV에 과감히 올려놓았다. 캠핑 장비를 가득 실은 채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 해도, 콧노래가 나올 만큼 여유 있는 클라이밍을 보여줄 것이다.

브레이크는 독일 명문 브랜드 마구라(MAGURA) 제품을 선택했다. 단순히 강하게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손가락에 들어가는 힘에 따라 제동력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출퇴근은 물론, 긴 내리막 오프로드에서도 믿음을 주는 세팅이다.

가장 호화롭게 느껴지는 파츠는 단연 드로퍼 시트포스트다. 핸들 쪽 레버를 한 번 튕기면 안장 높이가 즉시 바뀌는 장치로, 원래는 MTB에서 업힐에는 안장을 높이고, 다운힐에는 안장을 낮춰 페달링과 바이크 조작을 방해하지 않도록 개발된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능은 도심에서도 강력한 무기로 변한다. 신호 대기 중에는 안장을 낮춰 양발을 바닥에 편하게 붙이고, 출발과 동시에 슥 올려 자신의 최적 높이에 맞춘다. 이 편안함을 한 번 맛보고 나면, 예전 방식으로는 쉽게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도구로서의 기능미, 실용성과 스타일의 공존

크로스코어 RV의 진짜 매력은, 이처럼 높은 ‘전투력’을 갖추고도 일상의 편의성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스포츠 e바이크가 깔끔한 외관을 이유로 과감히 빼버리는 사이드 스탠드를 RV는 기본 장비로 채택했다. 여기에 옵션으로 펜더(머드가드)와 리어 캐리어를 프레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달 수 있도록, 확장성까지 철저히 챙겼다.

평일에는 날렵한 세팅으로 출퇴근을 소화하고, 주말에는 캐리어에 텐트를 올려 동네 뒷산이나 야외 캠핑장으로 향한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이 한 대로 완성할 수 있다. 이른바 ‘365 Days 1 Bike’라는 슬로건을 실제로 구현한 셈이다.

디자인 역시 배터리를 프레임 안에 깔끔하게 수납한 클린한 실루엣이 그대로다. 투박한 오프로드 파츠의 존재감과, 도심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세련된 프레임 라인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보는 이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지금까지는 눈에 띄는 고급 컴포넌트에 주로 눈길이 갔다면, 실제로 타보며 “이거다”라는 인상을 남긴 건 의외로 핸들바 폭이었다. “그게 그렇게 큰가?” 싶을지 모르지만, RC의 570mm 폭과 비교하면 라이딩 감각이 확연히 다르다.

물론 라이더 체격에 따라 체감은 달라지지만, 730mm 폭의 넓은 핸들은 자전거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컨트롤하기 쉽게 만들어 안정감을 크게 끌어올린다. 이 정도 안정감이라면 꽤 거친 노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도심 주행에서의 안정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이 핸들 폭은 도로교통법상 보도 주행이 허용되지 않는 폭이라는 점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크로스코어 RC가 ‘이동을 스포츠로 바꾸는’ 자전거였다면, RV는 ‘이동을 모험으로 바꾸는’ 자전거에 가깝다. 포장 상태가 좋은 한국 도로 환경에서도, 굳이 비포장길을 찾아 나서 작더라도 일상 속 모험을 떠나보고 싶게 만드는 e바이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