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지크서 SF250’과 야마하 ‘WR125R’는 배기량도, 속한 장르도 완전히 다른 바이크다. 그럼에도 이 둘을 나란히 세워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짚어 보고 싶은 지점은 무엇일까.
◆ 50만 엔대로 스포츠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지크서 SF250은 풀카울과 세퍼레이트 핸들을 갖춘 250cc 온로드 스포츠 모델이다. 반면 WR125R은 앞 21인치, 뒤 18인치 휠을 신은 125cc 오프로드 모델이다. 억지로 공통점을 찾자면 둘 다 단기통 엔진이라는 것 정도. 사실상 서로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모델들이다.
그럼에도 당시 이 두 대를 함께 다루기로 한 이유는 ‘초기 비용’에 있다. 지크서 SF250의 가격은 51만4800엔(약 4,677만 원), WR125R은 53만9000엔(약 4,899만 원)으로, 유지비를 일단 제쳐 두고 보면 대략 같은 가격대다.
요즘은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 배기량에 이 가격은 말이 안 된다”, “쓸데없는 장비 빼고 싸게 내놔라”, “이 정도면 예전엔 ××엔이면 샀다”는 식의 불만이 쏟아진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보면 이 두 모델은 비교적 손이 닿는, 현실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어떤 전제를 깔든, 특히 WR125R을 두고는 “125cc가 50만 엔을 넘는다고?” 하고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포인트는 단순히 ‘50만 엔 이하’라는 가격 제한이 아니다. “50만 엔대 예산으로 스포츠 라이딩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시선으로 추린 결과가 이 두 대였다.
어떤 장르, 어떤 모델이든 바이크라는 탈것에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성이 깔려 있다. 다만 가격이 내려가면 기계로서의 스트릭트함이 옅어지기 쉽고, 반대로 가격이 올라가면 바이크가 요구하는 난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50만 엔대 모델은 성능을 끌어내기 수월하고, 그 과정에서 실수(예를 들어 서킷이나 클로즈드 코스에서의 전도)가 있더라도 속도와 수리비 양쪽에서 리스크를 비교적 낮게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 엔진 하나에 이 바이크의 매력이 응축돼 있다, 지크서 SF250
먼저 지크서 SF250이다. 주요 제원은 아래와 같다.
엔진:유냉 4사이클 SOHC 단기통
배기량:249cc
최고출력:26ps/9300rpm
최대토크:22Nm/7300rpm
휠베이스:1345mm
시트고:800mm
장비중량:158kg
연료탱크 용량:12리터
타이어 사이즈:전 110/70R17 후 150/60R17
이 모델의 매력 상당 부분은 엔진에 응축돼 있다. 다루기 쉬우면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은 유냉 단기통은, 이를테면 KTM ‘250 듀크’보다 더 점잖고, 스즈키 ‘GSX250R’보다 더 가볍게 회전하는, 매우 리니어한 과도 특성을 보여 준다. 토크 피크가 나오는 7000rpm 전후를 유지하면 반응이 경쾌하게 살아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속도가 끝도 없이 치솟는 타입은 아니어서, 비교적 쉽게 1만rpm을 조금 넘는 영역에서 작동하는 레브리미터에 닿는다.
괜스레 극단적인 고회전을 지향하지 않는 이 세팅이 딱 알맞다. 라이더는 공포감 없이 ‘딱딱’하게 스로틀을 열어 주면서도, 레브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시프트 페달을 자주 올리고 내리며 파워밴드를 유지하는 감각을 몸에 익히게 된다. 한 코너, 한 스트레이트를 어떻게 이어 갈지 ‘주행을 설계하는 법’을 배우기에 좋은 패키지다.
엔진의 과감한 개방감과 가벼운 핸들링에 자신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페이스가 점점 올라간다. 이때 또 하나의 ‘리미터’가 개입한다. 스텝 끝단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서 노면과 닿기 시작하는 것이다. 뱅크각은 결코 깊지 않다. 이것 역시 적정선을 그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그 지점을 자신의 리밋으로 삼으면 쓸데없이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가 없다. 대신 하중을 어떻게 싣고, 라이딩 자세를 어떻게 바꿔 부족한 뱅크각을 보완할지 고민하다 보면, 라이더가 꺼내 쓸 수 있는 ‘서랍’이 늘어난다.
장비중량 158kg은 온로드 스포츠로서는 가벼운 편이다. 조작이 다소 거칠어져도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언젠가 브레이크 제동력이나 컨트롤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그건 라이더 실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때가 오면 적절한 커스터마이징을 생각해 보거나, 더 고성능 모델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으면 된다.
◆ 오프로드 상급자로 가는 첫 단계를 감당할 수 있을까, WR125R
이제 WR125R이다. 역시 주요 제원부터 짚어 보자.
엔진:수냉 4사이클 SOHC 단기통
배기량:124cc
최고출력:15ps/10000rpm
최대토크:11Nm/6500rpm
휠베이스:1430mm
시트고:875mm
장비중량:138kg
연료탱크 용량:8.1리터
타이어 사이즈:전 2.75-21 후 4.10-18
배기량이 적은 만큼 지크서 SF250만큼의 토크감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쪽 역시 엔진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몸으로 느껴지는 출력은 그리 크지 않은데도, 스로틀을 거의 닫은 채 타이어만 굴리는 듯한 속도로 전진해도 불안하지 않고, 차체를 ‘토코토코’ 앞으로 떠밀 듯이 성실하게 나아간다.
스로틀을 열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VVA(가변 밸브)가 개입하는 영역에 들어가도 출력은 비교적 평탄하게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타이어가 노면을 헛되이 긁어대거나, 리어가 격하게 날뛰는 일 없이, 힘을 차분하게 트랙션으로 바꿔 낸다. 저속에서는 ‘토코토코’라면, 중속에서는 ‘타타타’ 하고 리듬을 타듯 박자를 쌓아 가는 느낌이다.
앞서 단독으로 전한 시승기(‘WR125R’은 오프로드 입문 바이크인가, 아니면 ‘절벽’인가? 야마하에 전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에서, 필자는 풀사이즈에 가까운 차체와 까다로운 시트고 때문에 이 바이크의 난도가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폭이 좁은 임도처럼 노면 경사가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버거운’ 바이크라는 인상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WR125R의 포텐셜을 끝까지 끌어내기 위한 진입장벽, 혹은 오프로드 상급자로 향하는 첫 단계를 감수하겠다고 마음만 다잡는다면, 이 바이크를 과감한 트레이닝 머신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 말은 곧,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넘어지고, 구르는’ 상황을 애초에 각오한 상태로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온로드를 주 무대로 달려 온 라이더라면, 처음부터 전도를 전제하고 들어가는 사고방식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오프로드 세계에서는 그 과정을 완전히 피해 가기 어렵다.
물론 인적이 드문, 차량 통행도 거의 없는 산길이라고 해도 전도는 무용담이 아니라 엄연한 사고다. 어디까지나 안전이 확보된 장소와 환경에서 연습한다는 전제를 깐 이야기다. 그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때로는 그 한계를 살짝 넘나들며 리밋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밟는다면, WR125R은 그 여정을 함께할 든든한 파트너가 돼 줄 것이다.
출고 때 반짝이던 새 바이크의 외장은 몇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잔 스크래치로 가득할 수 있다. 레버와 페달은 몇 번이고 갈아 끼워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예전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와다(패인 자국)를 너무도 쉽게 공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그런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그리고 그 지점까지 가 보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각오를 할 수 있는지를 떠올려 보더라도, 50만 엔대라는 가격은 하나의 심리적 경계선이 될 수 있다.
WR125R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고 해서 곧바로 ‘테네레 700’(145만2000엔(약 1억 3,199만 원))으로 직행할 수 있는 실력이 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즈키 ‘DR-Z4S’(119만9000엔(약 1억 908만 원)) 정도라면,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인 목표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 알아 두면 분명 이득인, 두 가지 스포츠 라이딩의 얼굴
어느 쪽이든, 지크서 SF250은 온로드에서 정밀하게 주행을 구성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훌륭한 교재이고, WR125R은 오프로드에서 라이더의 몸과 바이크가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익히게 하는 좋은 도구다. 두 모델 모두 바이크가 지닌 스포츠성을 온몸으로 만끽하게 해 준다.
이는 초보 라이더에게도,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 알아 두고 타면 결코 손해 보지 않을, 기억해 둘 만한 두 가지 스포츠 바이크다.
이타미 다카히로|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1971년 교토 출생. 1998년 네코 퍼블리싱에 입사해 2005년 동사 발행 이륜 전문지 ‘클럽맨’ 편집장을 맡았고, 2007년 퇴사했다. 이후 프리랜서 작가로 전향해 이륜·사륜 매체를 중심으로 집필을 이어 오고 있다. 레이싱 라이더로도 활동하며, 맨 섬 TT, 파이크스피크 인터내셔널 힐클라임, 스즈카 8시간 내구 로드 레이스 등 국내외 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왔다. 각종 서킷 주행회와 시승회에서는 인스트럭터 역할도 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