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등장한 오프로드의 새로운 강자, WR125R!

이타미 타카히로 | 2026.02.21

야마하의 신형 듀얼 퍼퍼스 WR125R이 출시됐다. 야마하는 물론 다른 일본 제조사들까지 통틀어도, 이 125cc급에서는 꽤 오랫동안 진짜배기 오프로드 모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에 그 잠재력의 한 단면을 직접 확인해 봤다.

◆ 달려 보기만 해도, 한마디로 상쾌하다

필자(이타미 다카히로)의 키는 174cm다. 세월 탓에 조금 줄었을 가능성도 있고, 다리 길이는 평균보다 짧은 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를 타면서, 발이 안 닿는다는 이유로 좌절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WR125R에서는 그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시트 고 875mm는 양발에 까치발을 요구하긴 하지만, 그래서 두렵거나 위축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올라탈 때 시트를 넘기 위해 다리를 어느 정도까지 올려야 하는지는 미리 눈으로 확인해 두지 않으면, 리어 펜더에 부츠가 걸릴 수 있겠다 싶다. 쉰 살 언저리가 되면 머릿속 이미지와 실제 몸의 움직임이 꼭 같지는 않다. 젊은 라이더라면 굳이 몰라도 되는 현실이다.

WR125R로 시내를 달려 본다. 이 바이크는 상쾌하다는 말로 요약된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가 탁 트이고, 전방과 주변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체 측면에는 다리 움직임을 방해하는 요소가 거의 없어서, 하체를 단단히 조여 잡기도 좋고, 앞뒤로 몸을 크게 옮기기도 수월하다. 차선 변경이든 코너링이든, 생각한 대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오프로드 모델답게 슬림하고 가벼운 차체도 강점이지만, 라이더와 바이크가 한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감각을 특히 강하게 받쳐 주는 건, 반응이 곧바로 따라오는 리니어한 엔진 특성이다.

◆ WR(와이드 레이시오) 이름값을 하는 125cc 엔진

125cc 수랭 SOHC 단기통 4스트로크 엔진은 MT-125, YZF-R125, XSR125에서 검증된 유닛을 이 모델 전용으로 손본 것이다. 최고출력 15ps/10000rpm이라는 수치는 형제 모델들과 같다. 다만 형제들이 최대토크 12Nm를 8000rpm에서 내는 것과 달리, WR125R은 11Nm를 6500rpm에서 끌어내도록 최적화했다. 여기에 2차 감속비를 짧게 세팅한 효과가 더해지면서, 스로틀에 응답해 ‘타타탕’ 하고 리듬감 있는 가속 스텝을 밟는다.

평균 주행 속도가 높은 도로 환경에서도 이 바이크는 어렵지 않게 흐름을 이끌어 간다. 회전계 바늘은 거침없이 올라간다. 오른손에 조금만 힘을 더하면 가변 밸브 기구(VVA)가 작동하는 7000rpm을 가볍게 넘어선 뒤, 배기음에 한층 굵은 톤이 더해진 채 11000rpm 근처까지 막힘없이 회전한다.

배기량이 작은 만큼 폭발적인 힘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초반부터 숨이 막히는 타입도 아니다. 클러치 물림은 전혀 예민하지 않고, 타이어가 조금만 굴러가기 시작하면 스로틀을 완전히 닫아도 ‘툭툭’ 버티며 앞으로 나아간다. 답답함 없이 막히는 도심 구간을 소화하고, 교외로 나오면 경쾌하게 속도를 올릴 수 있는 사용 영역이 넓어서, 배기량의 한계를 굳이 의식하게 되지 않는다. WR(와이드 레이시오)이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다.

순정으로 장착된 던롭 D605는 블록 타이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거친 패턴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온로드에서의 그립감과 핸들링이 인상적이라, 도심 골목을 톡톡 튀듯, 또 미끄러지듯 가볍게 가로지르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출퇴근길 대부분이 아스팔트라 해도, WR125R이 주는 즐거움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 오프로드에서도 정말 ‘재미있다’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WR125R은 잘 만든 바이크다. 많은 동료 기자들이 이 모델을 두고 “재미있다”, “흥미롭다”고 쓰고 말하는 데 동의한다. 특히 온로드뿐 아니라 오프로드까지 경험하고서도 여전히 그렇게 평가한다는 부분에 이론의 여지는 없다. 다만, 정말 모두에게 그럴까 하는 질문은 남는다.

먼저 조건을 짚어 보자. 이 바이크는 시트 고 875mm에 앞 21인치, 뒤 18인치 휠을 갖춘 풀 사이즈 패키지다. 공차중량 138kg이라는 숫자만 보면 묵직하게 느껴질 법하지만, 실제 체감은 의외로 가볍다. 저속·저회전 영역에서 다루기 쉽다는 엔진 특성은, 말 그대로 오프로드에서야 진짜 가치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온로드, 다시 말해 거의 평탄한 노면에서는 크게 의식되지 않았던 높은 시트는, 깊게 파인 트랙이나 너덜한 자갈길이 이어지는 오프로드에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균형을 조금 잃었을 때 반사적으로 발을 내딛는 동작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막상 발을 디디려는 지점에 땅이 없어서, 부츠 끝이 허공만 여러 번 가를 때가 많다. 실제로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시속 몇 km 남짓한 속도로 비틀비틀 나아갈 뿐인데도 피로감은 상당했고, 영상 한 자릿수 온도에서도 이마에 땀이 맺혔다.

서스펜션에 충분한 여유가 있다는 것, 라이딩 포지션의 자유도가 높다는 것, 온로드에서 약간 무겁다고 느꼈던 프런트 쪽 질량감이 오프로드에서는 안정감으로 바뀐다는 것도 몸으로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 바이크의 성격이 결코 친절하지는 않다는 점 또한 분명해졌다. WR125R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들어가 볼까, 괜찮을까’라는 망설임이 드는 순간, 꽤 높은 확률로 ‘오늘은 그냥 그만두자’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 “125라도 진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입문용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야마하는 WR125R을 “오프로드의 세계로 이끄는 입문 모델”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WR이라는 이름 자체가 엔듀로 레이서의 혈통을 잇고 있고, 모토크로스 레이서인 YZ 시리즈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어드벤처 모델 테네레700의 이미지도 겹쳐 보인다.

이는 곧 “배기량은 작아도, 만들 때만큼은 진지했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WR125R은 기획 단계에서 상정한 콘셉트 그대로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발이 잘 안 닿는다”, “차체가 크다”는 식의 불평은 어쩌면 트집에 가깝다.

예를 들어 거의 정지를 전제로 하지 않는 클로즈드 코스, 비교적 평탄하고 시야가 트인 오프로드 환경,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스킬을 갖춘 라이더라는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WR125R은 분명 굉장히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변모한다.

반대로, 비포장 노면에 들어서는 순간 라이딩이 어색해지는 필자 같은 타입에게 WR125R은 ‘입문조차 허용하지 않는’ 문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갈까” 하는 심정으로 겨우 유턴을 시도하고, 노면 요철이 심해지거나 경사가 가팔라지면 그마저도 포기하고 바이크를 내려 밀며 걷게 된다.

◆ 야마하에 꼭 전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

WR125R과 함께 약 8일을 보내는 동안, 야마하에 꼭 전하고 싶은 바람이 하나 생겼다.

WR125R에는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상위 모델 WR155R이라는 형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일본 내에서 YZF-R125와 YZF-R15가 나란히 판매되는 것처럼, WR 라인업도 WR125R과 WR155R의 투톱 체제로 꾸려 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 첫 번째 제안이다.

그 위에서, YZ 직계다운 본격적인 역할과 이미지는 WR155R에 맡기고, WR125R은 배기량뿐 아니라 차체까지 다운사이징한 ‘동생’ 포지션으로 배치하는 구성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YZ85LW나 TT-R125LWE, 혹은 과거의 트리커처럼 휠 사이즈를 앞 19인치, 뒤 16인치 조합으로 세팅해 줬으면 한다는 것이 두 번째 바람이다.

통나무를 넘는다거나, 대형 점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줄여도 상관없다. 개인적으로는 YZ85처럼 앞 17인치, 뒤 14인치 조합이라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런 디테일은 차치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오프로드 입문 모델이 꼭 필요하다는 점만큼은 강조하고 싶다.

누구를 위해서냐고 묻는다면, 필자와 필자 같은 라이더를 위해서다. 발이 닿는 걱정이 줄고 차체가 조금만 낮아져도, 도심 주행에서 얻는 이점은 분명 커지고, 치러야 할 대가는 거의 없다. 그 결과 오프로드에 도전해 보고자 하는 라이더 저변은 확실히 넓어질 것이다.

◆ 잊고 지냈던 무언가를 되찾고 싶게 만드는 바이크

야마하도 물론 이런 수요를 외면하고만 있는 건 아니다. 최대 약 70mm까지 시트 고를 낮출 수 있는 로어링 링크와 전용 시트를 정식 액세서리로 마련해 두고 있다. 다만 액세서리로 높이를 낮추는 것과, 처음부터 컴팩트한 차체 디멘션을 목표로 설계하는 것은 최종 결과물에서 분명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오프로드 세계로 첫발을 내디뎌, 그 자유로운 감각을 만끽하느냐, 아니면 첫 시도에서 좌절을 맛보느냐에 따라 이후 바이크 라이프는 하늘과 땅만큼 달라질 것이다.

네이키드 라인업인 MT 시리즈에는 MT-125부터 MT-10까지, 풀 카울 스포츠인 YZF-R 시리즈에는 YZF-R125부터 R1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계단이 잘 설계돼 있다. 반면 야마하의 오프로드 카테고리는 현실적으로 WR125R과 테네레700 두 모델뿐이다. 계단은커녕 거의 절벽처럼 갈라져 있는 셈이다. 이 간극이 250cc나 400cc급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첫걸음이라 할 125cc에서부터 많은 라이더를 떨어뜨리는 구조는 너무 아깝다.

돌이켜 보면, “이랬으면 더 좋겠다, 저런 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상상을 부풀리고, 이것저것 요구하고 싶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WR125R의 매력에 어느 정도라도 사로잡혔다는 방증일 것이다.

‘가 볼까, 갈 수 있을까’ 하고 망설이던 젊은 날의 자신이 다시 깨어난 느낌도 받았다. 제조사 보유의 홍보 차량인 만큼 무리한 시도는 자제해야 했지만, 만약 이 바이크가 내 소유라면, 한 번쯤은 넘어지고 구르고 박혀 보는 경험조차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제는 다치는 일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 그럼에도 WR125R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무언가를 다시 꺼내 보게 만드는 모델이었다.

■ 별점 평가
파워 소스: ★★★★★
핸들링: ★★★★★
다루기 쉬움: ★★★
쾌적성: ★★★
추천도: ★★★

이타미 다카히로|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1971년 교토 출생. 1998년 네코 퍼블리싱에 입사해 2005년 자사 발행 이륜 전문지 ‘클럽맨’의 편집장을 맡았다가 2007년 퇴사했다. 이후 프리랜서 라이터로 활동하며 이륜차와 사륜차 매체를 중심으로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레이싱 라이더로도 활동하며, 맨섬 TT,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 스즈카 8시간 내구 레이스 등 국내외 경기에 출전했다. 서킷 주행회와 시승회에서는 인스트럭터 역할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