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적으로 되살아난 혼다 CB-F는 서킷에서도 즐길 만한 바이크일까.
이번에는 다카나시 레이라가 자신이 소속된 WITH ME에서 제작한 혼다 CB1000F 기반 커스텀 레이서, CB1000F WITH ME 레이서를 쓰쿠바 서킷 코스 2000에서 시승했다.
◆누가 타도 부담이 적은 바이크
CB1000F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델이다. 그동안 미디어 시승회에서 시내 도로와 와인딩 코스를 달려봤고, 하이그립 타이어와 스텝을 장착한 차량으로 서킷 주행도 경험했다.
여러 상황에서 타보며 다시 느낀 것은 CB1000F가 생각보다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는 바이크라는 점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라이더를 크게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터급 바이크다운 여유와 존재감이 있으면서도 발이 땅에 닿기 쉽고, 주차하거나 방향을 바꿀 때도 부담이 적다. 시내 주행부터 투어링까지 편하게 즐길 수 있고, 약간만 손보면 서킷 주행까지 가능하다.

다른 저널리스트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리터급 바이크치고는 차체가 가볍게 느껴지고, 다루기 쉬우며, 발도 비교적 잘 닿는다는 것이다. CB1000F의 공차중량은 214kg, 시트고는 795mm다.
최신 전자제어 장비와 옵션 부품도 충실하다. 이미 바이크를 타는 사람에게는 한 대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젊은 시절 CB750F를 탔던 사람에게는 다시 한번 CB를 타보고 싶게 만드는 모델이다.
CB1000F 자체가 본격적인 서킷 주행을 목표로 개발된 모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프레디 스펜서가 CB750F로 레이스에 출전했던 역사가 있는 만큼, 서킷을 달리는 CB-F를 떠올리는 팬은 적지 않다.
2026년 4월 열린 소데가우라 마루타이에서는 프레디 스펜서 본인이 CB1000F로 4시간 내구 레이스에 참가했다. 스펜서 컬러를 입은 머신이 현대적으로 되살아난 모습은 많은 CB 팬들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CB1000F WITH ME 레이서는 어떻게 달라졌나

이번에 시승한 CB1000F WITH ME 레이서는 바로 그 프레디 스펜서가 탔던 머신이다.
나이트론 서스펜션을 장착했고,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R11을 사용했다. 여기에 베이비페이스 백스텝과 전용 핸들을 더해 서킷 주행에 맞는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999cc 엔진답게 토크는 충분하다. 코너를 빠져나오며 스로틀을 열면 힘 있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그렇다고 슈퍼스포츠처럼 반응이 지나치게 날카롭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 평소에는 편하게 탈 수 있는 네이키드 바이크가 이 정도로 서킷 주행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시트는 프레디 스펜서에게 맞춰 별도로 제작됐다. 백스텝과 시트 사이에 여유를 두고, 라이더가 자세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만든 맞춤형 시트다. 그래서 순정 시트보다 훨씬 두껍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앉아보면 단단하고 거의 눌리지 않는다.

키 160cm인 필자가 타면 시트가 높아 양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한쪽 발로 겨우 버티는 수준이다. 주문 제작 시트라 정확한 시트고는 알 수 없지만 체감상 약 860mm 정도로 느껴졌다. 키가 170cm 이상이라면 양발을 비교적 편하게 디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어링용으로 타기에는 꽤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서킷에서는 시트가 높은 세팅이 오히려 달리기 편하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피트로 돌아가거나 넘어지지 않는 한 발을 디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출발 전과 정차할 때는 부담이 있다.

시트보다 더 놀라웠던 부분은 핸들이었다. 핸들이 꺾이는 각도가 상당히 작다.
순정 CB1000F는 업 핸들이라 자세가 편하지만, 이 차량은 서킷 주행에 맞춰 핸들 위치를 크게 낮췄다. 그 결과 핸들을 끝까지 꺾으면 탱크와 닿을 수 있어 조향 범위를 제한했다.
저속 주행이나 패독처럼 좁은 공간에서는 순간적으로 긴장되는 장면도 있었다.
머플러도 교체됐다. 덕분에 배기음은 더 굵고 묵직해졌다. 이 머플러는 WITH ME Racing이 제작했던 BIG-1용 머플러를 CB1000F에 맞게 일부 부품을 바꿔 장착한 오리지널 사양이다.
수량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장착을 원하는 사람은 빠르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CB-F, 서킷에서도 빛나는 잠재력
현재 혼다 레이스에서는 CBR 시리즈가 중심이다. JP250부터 ST600, ST1000, JSB1000, 스즈카 8시간 내구 레이스까지 일본에서 혼다 바이크로 레이스에 나선다면 대부분 CBR 시리즈를 떠올린다.
물론 지금은 CB1000F만을 위한 별도 레이스 카테고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바이크로 레이스가 열린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서킷 주행과 레이스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모습은 과거의 CB-F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안쪽에는 최신 기술이 들어가 있고, 다루기도 쉽다. 이 정도라면 레이스를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도 접근하기 좋고, 과거 CB를 탔던 세대도 다시 돌아오기 좋다.
신차이기 때문에 부품 수급 걱정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실 필자 주변에도 지금까지 CB750F를 소중히 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서킷을 달리지는 않지만, CB750F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일은 꽤 힘들어 보인다. 시내 주행에서도 엔진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여기에 약 250kg에 달하는 무게까지 더해지면 타기 쉬운 바이크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그런 점까지 포함해 오래된 CB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CB1000F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과거 CB-F 특유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현대 바이크다운 다루기 쉬움과 안정감을 함께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킷 사양으로 손보면 과거 레이스 머신을 떠올리게 하는 주행감까지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시승은 CB1000F WITH ME 레이서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CB1000F로 레이스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 레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CB-F로 서킷 주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WITH ME Racing에 문의해볼 만하다.
CB1000F가 출시되면서 앞으로 CB 오너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리에서 CB-F를 보는 것도 반갑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서킷에서 CB-F를 마주친다면 더 반가울 것 같다.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난 CB-F, 그리고 이를 서킷용으로 다듬은 CB1000F WITH ME 레이서는 CB-F가 가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즐거운 바이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