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조절식 서스펜션의 감쇠력 조정은 ‘차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서스펜션이 움직이는 속도를 다듬는 장치다. 도심 주행에서는 풀고, 서킷에서는 조인다는 식의 단순한 공식에 기대지 말고, 어떤 목적에 맞춰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감쇠력 조정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차고조절식 서스펜션에는 감쇠력 조절 다이얼이 붙어 있다. 그렇다면 감쇠력 조정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기능일까.
일반적으로는 일상 주행에서는 감쇠력을 약하게 두고, 서킷이나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때는 강하게 조인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틀린 설명이다. 감쇠력 다이얼은 서스펜션이 얼마나 빨리 가라앉고 얼마나 빨리 다시 늘어나는지를 조절하는 장치다. 따라서 ‘서킷=무조건 끝까지 조인다’라는 식의 일도양단식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감쇠력 다이얼을 조이면 서스펜션 자체가 단단해진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도 적지 않지만, 사실은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감쇠력이 커지면서 서스펜션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속도가 느려진다.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차체는 더 천천히 가라앉고, 더 천천히 올라온다. 요철이나 단차를 지날 때 서스펜션이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느리게 반응하다 보니,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차가 더 단단해졌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언제 감쇠력을 조정해야 할까
그렇다면 감쇠력은 어떤 상황에서 조정해야 할까. 핵심은 차 전체의 움직임 속도와 서스펜션의 움직임 속도를 서로 맞춰 균형을 잡는 데 있다. 코너에 들어서기 시작했을 때 차가 갑자기 휘청거리면 누구라도 긴장하게 된다. 이런 경우 감쇠력을 조여 롤이 서서히, 점진적으로 일어나도록 만들면 차를 훨씬 다루기 쉬워진다.
브레이크를 밟아 충분히 감속한 뒤 코너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프런트 서스펜션이 툭 하고 튀어 오르듯이 늘어나면, 앞바퀴에 걸려 있던 하중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차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이때 감쇠력을 조여 프런트 서스펜션이 천천히 늘어나도록 세팅하면, 앞 타이어에 적당한 하중이 계속 남아 코너링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런 기본 원리는 서킷과 일반 도로를 가리지 않는다. 결국 포인트는 ‘차를 얼마나 다루기 편한 상태로 만들 것인가’이고, 감쇠력 조정은 그 목표를 위한 수단이다.
◆1웨이와 2웨이의 차이
감쇠력 조절식 댐퍼는 대개 1웨이라 부르는 단일 다이얼 구조를 채택한다.
이 구조에서는 서스펜션이 늘어날 때, 즉 리바운드 영역의 감쇠력이 주로 변하고, 줄어들 때(컴프레션)의 감쇠력은 거의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에 따라서는 아예 늘어나는 쪽만 바뀌고, 줄어드는 쪽은 전혀 손대지 않는 설계도 있다.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감쇠력 조정만으로 요철에서 올라오는 ‘쿵’ 하는 직격 충격을 줄이고 싶어도, 리바운드 쪽이 주로 바뀌는 이상 그 충격이 생각만큼 크게 줄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한계를 보완한 것이 2웨이라 부르는 감쇠력 조정 방식이다. 2웨이는 늘어나는 쪽과 줄어드는 쪽을 서로 독립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다이얼이 두 개 달려 있어 각각 따로 세팅할 수 있기 때문에, 단차에서 충격이 강하게 들어올 때는 컴프레션만 풀어 부드럽게 만들고, 차가 출렁이며 불안정하게 느껴질 때는 리바운드만 조여 잡아주는 식의 세밀한 세팅이 가능하다. 다만 2웨이 댐퍼는 보통 가격대가 높다. 해외 브랜드 제품의 경우 50만 엔(약 4,545만 원)이 훌쩍 넘거나, 100만 엔(약 9,091만 원)에 가까운 모델도 있다. 국내에서는 쿠스코, 테인 등이 30만 엔(약 2,727만 원) 전후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2웨이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움직임의 속도 궁합이 ‘달리기 쉬움’을 좌우한다
앞에서 설명했듯 감쇠력은 차를 단단하게 만드는 스위치가 아니라, 움직임의 속도를 조율해 전체 밸런스를 맞추는 도구다. 특히 타이어가 눌리는 속도와 서스펜션이 가라앉는 속도, 그리고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다시 늘어나는 속도가 서로 잘 맞아떨어질 때 차는 훨씬 운전하기 편해진다. 반대로 이 속도들이 어긋나면 차가 예측하기 어렵고 다루기 까다롭게 느껴진다. 여기에 차체가 앞뒤·좌우로 진동하는 고유의 리듬까지 얽혀 있어, ‘이럴 땐 무조건 이렇게 조이면 된다’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서킷에서 언더스티어가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프런트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풀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리어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였을 때 언더스티어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어느 구간, 어떤 상황에서 어떤 거동이 나타나는지를 정확히 짚지 못하면 제대로 조정할 방법이 없다. 언더스티어니까 무조건 이렇게, 오버스티어니까 무조건 저렇게라는 식으로는 하나의 답을 낼 수 없다.
◆서킷에서의 감쇠력 조정, 실패하지 않는 테스트 요령
서킷 주행이라고 해서 감쇠력을 끝까지 조여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킷은 공도보다 속도 영역이 높은 만큼, 감쇠력을 강하게 잡아 차를 안정시키고 싶어지는 마음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어떤 차, 어떤 코스에서는 감쇠력을 다소 약하게 두는 편이 브레이킹 자세도, 코너링 스테빌리티도 더 좋아져 오히려 랩타임이 빨라지는 경우가 있다. 감쇠력을 과하게 조여 타이어가 노면에서 자주 떨어지면, 브레이킹 때 ABS가 쉽게 개입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조건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서킷에서는 무조건 강하게’라는 식의 단일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추천하는 방법은, 서킷에서는 네 가지 패턴을 순서대로 시도해 보는 것이다. 프런트를 강하게 조인 세팅, 프런트를 약하게 푼 세팅, 리어를 강하게 조인 세팅, 리어를 약하게 푼 세팅, 이 네 가지다. 이때 한두 클릭만 살짝 건드리지 말고, 5단계나 10단계처럼 비교적 크게 변화를 줘 어느 쪽이 더 잘 맞는지 몸으로 느껴보는 게 좋다. 처음부터 프런트와 리어를 동시에 바꾸면 어느 쪽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기 어려우니, 반드시 한 축씩 나눠서 순서대로 시도해 보자. 손이 많이 가지만, 체감과 이해가 가장 분명하게 오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앞·뒤 각각의 경향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그다음에는 단계를 줄여가며 더 세밀하게 세팅을 다듬으면 된다. 함께 온 동료나 친구가 있다면, 피트 인했을 때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바깥에서 다이얼을 조정해 주고 곧바로 코스로 복귀해 비교해 보는 방식도 좋은 방법이다. 주행 흐름을 끊지 않고 세팅의 차이를 연속해서 느낄 수 있어 이해도가 훨씬 빨리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