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가 내놓는 스쿠터 가운데 스포티한 주행감과 실용성을 함께 갖춘 125cc급 모델로 인기를 얻어온 것이 ‘시그너스’ 시리즈다.
지난 3월 열린 모터사이클 쇼에서 신형이 ‘시그너스X’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처음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는데,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디자인이다.
신형은 차명과 함께 ‘원점 회귀’를 내세웠다. 그 의도는 무엇일까. 디자이너에게 직접 물었다.
◆ 쐐기형 실루엣에서 진화한 번개형 사이드뷰


신형 ‘시그너스X’는 ‘Re-Athletic CYGNUS’, 즉 민첩한 스포츠 성능으로의 회귀를 콘셉트로 내세우며 스포티한 개성을 다시 강조했다. 이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대담하게 바뀐 외관 디자인이다.
레이싱 머신의 날개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요소를 넣어 세련된 질감과 민첩한 이미지를 동시에 구현했다.
그중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번개형’처럼 보이는 옆모습이다. 이 독창적인 조형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디자인을 총괄한 대만 야마하 연구개발센터 디자인부장 가사하라 히로카즈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부터 번개를 의식한 것은 아니었다. 동승자 손잡이와 부메랑 형태의 커버를 하나로 이어, 끊김 없이 매끄러운 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 결과 이런 형태가 나왔다. 이 부분은 꼭 하고 싶었기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차체 설계팀에 요청했다.”

일반적인 스쿠터에서는 동승자 손잡이가 외장 부품과 별도로 장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형 ‘시그너스X’는 이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과감한 조형은 레이싱 머신의 날개 같은 날카로운 느낌을 만들면서도, 후면부를 더 콤팩트하게 보이게 하는 역할도 한다.
“후면부를 더 콤팩트하게 보이게 하고 싶어서 커버 측면을 검게 처리했다.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해 뒤쪽 돌출부도 짧게 만들고 싶었다.”
그 바탕에는 역대 ‘시그너스’가 이어온 ‘쐐기형’ 실루엣이 있다. 번개처럼 보이는 옆모습은 ‘시그너스’ 전통의 쐐기형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듬은 디자인인 셈이다.
◆ 스포티 노선이라는 원점으로 되돌아가다

이런 조형에 이른 배경에는 스포티 노선으로의 원점 회귀라는 주제가 있었다.
“1세대부터 5세대까지는 일관되게 ‘스포티’를 내세워왔다. 그리고 신형은 ‘Re-Athletic CYGNUS’로서 다시 스포티 노선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전 모델인 ‘시그너스 그리파스’에서는 고급감과 편안함을 중시한 새로운 방향성에 도전했다.
“시그너스 그리파스에서는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느낌도 연출했다. 그 부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시그너스X라는 이름으로 생각했을 때는 다시 한번 ‘스포티’로 돌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전면부 디자인에서도 드러난다. 초대부터 5세대까지의 ‘시그너스X’는 핸들 쪽에 방향지시등을 배치했다. 하지만 ‘시그너스 그리파스’에서는 방향지시등이 전조등 아래쪽으로 옮겨지면서 앞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이번에는 시그너스X의 부활이기 때문에 전조등 주변을 ‘X 모티프’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 신형에는 전면부를 더 작고 날렵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도 들어갔다.
“등화류는 차체 전체 인상에 주는 영향이 매우 크다. 전체 LED화를 하면서 보이는 방식도 꽤 달라졌다. LED는 빛을 내는 부분은 작지만, 깊이 방향으로는 의외로 부피가 있다. 그것을 핸들 커버 안에 모두 넣으면 얼굴이 두꺼워 보인다. 그래서 방향지시등을 독립시키고 레버 앞쪽에 배치해, 작고 날카로운 인상으로 마무리했다.”

가사하라 씨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앞 방향지시등 위치를 되돌린 것에 더해, 후미등도 LED화되면서 인상이 바뀌었다.”
가로로 긴 후미등에 대해 방향지시등을 바깥쪽에 배치한 것은 5세대까지의 흐름을 계승한 것이다.
여기에 신형에서는 경쾌한 느낌을 만들기 위해 차체를 최대한 날렵하게 다듬는 데도 신경을 썼다.
“같은 차체 크기 안에서 어디까지 보디를 조일 수 있는가.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줄였다. 허리선을 보면 상당히 날렵하게 다듬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핸들 커버도 작아졌고, 뒤쪽 돌출부도 짧아졌다. 시각적으로도 운동 성능이 높아 보이는 스타일을 추구한 것이다.

“차체 설계 부문과는 여러 번 의견을 주고받았다. 운동성이 높다는 것을 외관에서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디자인을 성립시키기 위해 차체 설계 부문과도 초기 단계부터 치밀하게 조율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개발 현장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야마하가 디자인을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라, 모델의 성격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 ‘스포티하고 민첩한 느낌’을 어떻게 표현했나
야마하의 125cc 스쿠터 라인업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시그너스X’는 어떤 위치에 있는 모델일까.
“시그너스다운 모습은 ‘스포티하고 민첩한 것’이다. 이것만큼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일상에서 다루기 쉬워야 한다.”
예를 들어 대만 시장에서는 발판이 평평한 구조가 절대 조건이라고 한다. 여기에 XL 사이즈 헬멧이 들어가는 수납공간도 필요하다.


“발판이 평평해야 하는 시그너스X에서는 모터사이클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기 어렵다.”
‘MAX 시리즈’나 ‘AEROX’처럼 중앙 터널 구조를 가진 스포츠 스쿠터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NMAX나 AEROX는 YZF-R 시리즈 같은 슈퍼스포츠 바이크가 가진 앞뒤 일체감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발판이 평평한 시그너스X는 가운데가 비어 있다. 그래서 시그너스X에서는 모터사이클보다 자동차 외관이나 항공기 날개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사하라 씨는 자동차 범퍼나 항공기 날개 같은 디자인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일상 속에 ‘꿈’을 디자인하다

스쿠터를 디자인한다는 것의 묘미는 무엇일까.
“스쿠터는 출퇴근 등에 쓰는 생활형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휴일에 어떻게 쓸지 상상하게 만드는 재미 요소도 필요하다.”
일상용 이동수단이면서도 휴일의 즐거움까지 떠올리게 하는 존재. 그 절묘한 균형이야말로 스쿠터라는 탈것의 깊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재미 요소의 방향은 모델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TMAX’라면 파리에서 니스까지 달려가는 장거리 투어링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시그너스X’라면 조금 교외까지 가볍게 달리러 가고 싶어지는 거리감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휴일에 놀러 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야마하는 그 ‘꿈’의 부분을 디자인하고 있다.”
달리기라는 원점으로 돌아가면서도, 일상에서의 쓰기 편함은 결코 희생하지 않는다.
스포티함과 실용성, 그리고 일상에서 벗어난 주행에 대한 동경과 낭만. 그 절묘한 균형이야말로 역대 ‘시그너스X’가 꾸준히 지지를 받아온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신형 ‘시그너스X’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야마하 디자인에는 단순한 외관의 아름다움을 넘어, 그 모델다운 모습을 끝까지 추구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